AI2026년 8월 11일 / 7분 읽기

[1/6] 사용자는 더 이상 ERP에 접속하지 않는다

SAP S/4HANA 전환과 AI 도입이 겹치는 지금, 진짜 질문은 "어떤 모델을 쓸까"가 아니라 "사람이 ERP를 어떻게 만나는가"입니다. 화면 중심에서 대화 중심으로 바뀌는 업무 방식을 시리즈로 정리합니다.


1. SAP 전환 프로젝트에서 놓치기 쉬운 질문

S/4HANA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마다 AI를 어떻게 얹을지가 화두입니다. 그런데 논의는 대부분 “어떤 AI 모델을 쓸까”, “어떤 솔루션이 우수한가”로 흐릅니다. 정작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사람이 ERP를 어떻게 만나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ERP 프로젝트는 예외 없이 하나의 전제를 깔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SAP GUI나 Fiori 화면에 로그인해서, 정해진 트랜잭션 코드를 찾아, 필요한 값을 입력하고 실행 버튼을 누른다는 전제입니다. 화면 설계, 권한 체계, 교육 커리큘럼까지 이 전제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AI 도입은 이 전제를 흔듭니다. 그리고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뒤집습니다.

2. 핵심 명제

이번 시리즈에서 반복해서 다룰 명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ERP에 직접 접속하지 않는다.

ERP는 더 이상 사람이 마주하는 화면이 아니라, AI Agent가 대신 사용하는 백엔드가 됩니다. 사람은 Claude나 ChatGPT와 같은 대화형 Agent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를 받는 방식으로 일합니다. “로그인해서 처리한다”가 아니라 “말해서 처리된다”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두 가지 축으로 나타납니다.

  • 일반사용자 - 경비처리 같은 일상 업무를 화면 대신 대화로 처리합니다.
  • 파워유저(헤비유저) - 판매부터 수금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Agent가 자동으로 수행하고, 사람은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만 개입합니다.

두 유형 모두 결과는 같습니다. SAP GUI나 브라우저를 여는 빈도가 줄어들고, 사람의 시간은 “입력”이 아니라 “판단”에 쓰입니다.

3. AS-IS와 TO-BE

지금까지의 흐름과 앞으로의 흐름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AS-IS   사람 → SAP GUI / 브라우저 → ERP

TO-BE   사람 → AI Agent(Claude / Copilot) → MCP 레이어 → ERP(OData / CDS / 레거시 ABAP)

TO-BE 구조에서 새로 생긴 것은 “MCP 레이어”입니다. AI Agent가 ERP의 트랜잭션, 분석 쿼리, 레거시 자산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호출할 수 있게 하는 계층입니다. 이 레이어가 없으면 Agent는 ERP 안의 데이터와 기능에 손을 뻗을 수 없고, 결국 “그럴듯한 챗봇” 이상이 되지 못합니다.

4. 왜 지금 이 질문이 중요한가

S/4HANA 전환은 몇 년에 한 번 오는 기회입니다. 화면과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는 이 시점에 “AI가 나중에 챗봇처럼 붙는 것”으로 가정하면, 결국 기존 화면 중심 구조 위에 AI를 얹는 수준에 머무릅니다. 반대로 “사람은 더 이상 화면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하면, 권한 체계와 데이터 노출 방식, 교육 계획까지 처음부터 다르게 짤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이 전제 위에서 다음 질문들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1. 일반사용자의 하루는 어떻게 바뀌는가
  2. 파워유저의 업무는 어떻게 E2E로 이어지는가
  3. 이 미래를 가능하게 하려면 ERP의 무엇이 열려야 하는가
  4. 전사로 확산할 때 비용과 보안은 어떻게 함께 설계하는가

마무리

AI를 ERP에 도입한다는 것은 화면에 채팅창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ERP를 만나는 방식 자체를 화면에서 대화로 바꾸는 일입니다. 다음 편부터는 일반사용자와 파워유저 각각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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